8 사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만큼 까지 성질을 부리지 않았어도 좋을 뻔 했다. 처음에는 책상에 있는 것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고 가방을 쏟아 던져 놓고는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는데, 엉망이 된 방을 보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. 12시 쯤. 아빠가 들어왔다. 몇 차례 걸었던 전화에 내가 응답을 하지 않은 탓인지 이 층에는 아예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. 그 불청객- 그러니깐 내가 화가 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- 과 밑에서 이야기 하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. 한 시간 쯤 뒤에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다. 방 불을 끌까, 생각 하다가 그대로 두고 책상 옆에 석고상 처럼 서 있었다. 잠시 뒤 방문이 조심스레 열리고, 안 자니, 하는 아빠 목소리가 들렸다. 몇 초, 노려 보다가 화에 이기지 못해 파.. 더보기 이전 1 ··· 3 4 5 6 7 8 9 ··· 23 다음